새벽5시기상, 5시반에 출발하여 닿은 강릉.
이번 고분옥순두부집의 나쁜 기억은 강릉의 순두부 전체를 오해하게 만들 뻔했다.
90년대 후반부터 갔었던 나의 최애 순두부집인 고분옥할머니 순두부. 초등3학년 교과서에 두부만드는법까지 수록된 바로 그 집...
이번에 갔더니 두부찌개는 9000원, 순두부는 8000원 공기밥 불포함으로 가격인상 되었다. 공기밥은 천원을 더 받았다. 서비스는 불친절하고, 상차림은 느렸다. 젊은 사람들이 아닌 50-60대 분들이 일하는 곳이라서 그럴 수 있다.
가격에서 반감이 든 상태로 한참을 기다린 후 상이 차려졌다. 두부찌개맛은 예전이나 별반 다르지 않지만, 두부양은 적어졌고, 냄비도 작아졌다. 두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 식감 등은 여전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해버렸다.
오랜 단골집의 배신이랄까. 이제는 두부찌개를 만원이나 주고 먹어야 한다는 슬픔이랄까. 두부는 서민적인 음식도 아니고, 한끼 가벼이 먹을 수 있는 식사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마트에서 파는 유기농두부는 한팩에 5천원도 한다. 어릴 때 구멍가게에서 팔던 두부, 콩나물은 지겹도록 밥상에 오른 반찬이었다. 가장 싸고 영양은 풍부한 단백질 식품이었기에 가난한 사람들도 한끼를 채울 수 있는 식재료였다. 그런 두부가 너무도 고급진 식품이 되어 쉽사리 먹을 수 없는 무언가로 격상되었다. 가까웠던 친구, 나랑 처지 비슷한 친구가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다른 세계를 살게 된 모습이랄까.
억울한 마음에 반찬을 세번이나 리필해서 먹었다. 그래도 부아가 치미는 감정은 여전했다. 고분옥순두부집을 다시는 못 갈 것 같다. 옛 정을 생각해서 지금껏 이십년간 다녔었는데, 이제는 바이바이.
"우리 이제 그만 만나~"
안목책방, 북스테이.. 지금은 사라진.. (0) | 2021.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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