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자서전 프로그램, 나의인생이야기쓰기 (자서전대필)
화성시 마을자치센터에서 이뤄진 <구술자서전 프로그램> <나의 인생, 우리는 역사다> 를 진행했습니다.
열 명 남짓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구술, 기록, 책으로 출간하는 작업입니다.
누군가의 삶은 곧 역사이며, 그것 그대로 가치가 있는 시간입니다. 5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의 만남, 삶의 이야기, 날것 그대로. 어눌한 말까지 모두 다 소중한 글이 됩니다.
오래 전 사진을 들고 와서 자신의 어린시절이나 리즈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함박 웃음을 짓는 분들.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는 듯이. 신이 나서 말하는 모습이 소녀같고, 어린아이같습니다...
위안부에 끌려갈까봐. 16살에 머리 쪽을 지고 18세에 시집을 가셨다는 이순이 할머니. 90대이지만 아직까지 정정하시고,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고 살아가십니다.
칠남매 장녀로 동생들을 업어 키우고, 밥 해서 먹이고, 빨래하고,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다 했는데. 여전히 동생들이 자기 공을 모른다고 서운해 하시는 분도 계셨구요.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 피해 도피처러 시집 갔는데 무능력하고 바람 피운 남편 때문에 일찍 홀로 되고, 우유배달에 식당 일에 정말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두 아이를 키워내신 위대한 어머니. 어머니...
딸만 낳으면 연달아 애가 죽어서 자신도 일찍 죽을 거라 생각했다고, 아버지가 이름을 여러 번 바꾸어 주시고, 죽을까봐 노심초사하셨다고... 굼벵이를 수만마리 정도 먹어서 나았다는 이야기
모두가 꽃처럼 피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그리고 저도 그분들의 삶을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제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절에 대한 이해 같은 것. 그리고 감사함과 고마움. 너무 힘들게 사신 삶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조금이라도 되셨을까요. 어머니, 아버님들이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해소하시는 듯한 모습이 좋았어요.
"이걸 책으로 만들어 줘?"
하시면서, 글 쓰기 재주 없는데 책으로 만들어 주신다고 하시니까 좋아라 하시네요...
구술자서전 사업이 필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글을 못 쓰는 분들, 글쓰기 재주 없는 분들도 말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상세히 하나부터 열까지 아주 꼼꼼히 기록하기는 어렵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자신의 삶을 정리하게 됩니다.
공동 자서전 한 권의 책이 되기 때문에, 한 분의 이야기를 가득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죠...
매 시간 스케치북에 그림을 한 장씩 그리고, 색칠을 하고, 꾸미고. 관련된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 위해 활동도 해 보았습니다. 이것도 정말 좋아하신 것이 "그림 못 그리는데, 이렇게 하면 할 수 있겠네" 라고 하면서, 편안해하셨어요.
크레파스를 쥔 시간이 행복했다고, 스티커도 붙이고, 다른 사람 얼굴도 관찰해서 그리고.
아이처럼 신나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기뻤습니다.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보람...
일에 대한 가치가 정말 커지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작품을 하나하나 들고 사진 찍는 것도 정말 좋아라 하셨고, 다음에 다시 또 하고 싶다고도 하시고, 재미있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올 해 기억에 남는 강의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글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타인의 글을 쓰는 일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구술자서전도 쓰고, 대필작업도 합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는 것. 의뢰하신 분의 삶을 기록하면서 한 권의 책으로 마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필작업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15권 정도의 책을 대필했습니다. 이렇게 마을 어르신들의 구술 작업 이외에도, 정치인, 사업가, 교수님, 시장 상인, 여행기, 장애인 등의 삶을 대필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면서 저도 얻은 것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필요를 채우고,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니까요.
글로 먹고 사는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람도 느끼고 때로는 실망한 적도 있지만. 이 일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어쨌든 사람과 글 때문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과의 연결을 가치있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글이죠.
글이라는 수단, 결과물은 흔적을 남기는 일이고, 정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면서 나를 알게 되고, 타인을 알게 되고, 우리를 알게 됩니다.
앞으로도 글을 쓰는 일이라면, 글과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현장이 있다면 계속 달려나가야겠죠.
시민기자 일도 10여년 하면서 얼마 전에는 몇 건의 기사를 썼을까 하고 시민기자개인 페이지를 열어 보았더니 2500건 가까이 되는 글을 썼더라구요. 일년에 250건의 기사를 썼다고 하면, 이틀에 한 건 정도의 기사는 꼭 썼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거기다가 인터뷰나 현장 취재도 많았기 때문에 어디든 달려가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고 발견해내었었죠.
이것이 삶이고, 제 생활이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제 인생도 ing중이고, 기록해나가는 기록자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게 되겠죠!!!